목욕을 오래 하거나 설거지를 한 뒤 손끝을 보면 자글자글 주름이 잡혀 있죠. 손가락 피부가 물을 머금어 부풀었다가 쭈글해진 거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런데 손가락 주름은 피부가 물을 그냥 흡수한 결과만은 아니에요. 손끝 혈관과 자율신경이 관여하는 몸의 반응이라는 연구가 있습니다.
손끝의 혈관이 줄어들면서 주름이 생겨요
손가락 끝의 피부가 물에 오래 닿으면 교감신경계가 반응하고, 손끝의 작은 혈관이 수축합니다. 실제로 물에 담근 손가락을 살핀 연구에서는 주름이 생길 때 손가락 혈류가 감소했습니다. 연구진은 물속 주름이 혈관 수축과 연결된다고 설명했어요. 손가락 혈류 변화를 측정한 연구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혈관이 수축하면 손끝 피부 아래 조직의 부피가 조금 달라지고, 피부 표면에는 접힌 자국이 나타납니다. 피부가 물을 잔뜩 빨아들여 풍선처럼 부풀었다가 주름지는 것과는 다른 과정이죠. 물의 온도와 담근 시간, 사람마다 다른 몸의 반응도 영향을 줄 수 있어요.
왜 손가락과 발가락에 잘 생길까요?
주름은 손가락뿐 아니라 발바닥처럼 털이 거의 없는 피부에서도 나타납니다. 연구자들은 자율신경계가 관여한다는 점을 근거로, 이 반응이 젖은 환경에서 손발을 쓰는 데 어떤 역할을 할지 살펴왔습니다.
젖은 물건을 더 잘 잡게 해준다는 설명은 맞을까요?
한 가지 가설은 손끝 주름이 타이어 홈처럼 물을 옆으로 흘려보내 젖은 물건을 잡기 쉽게 만든다는 거예요. 2013년 실험에서는 손가락에 주름이 생긴 참가자가 물속의 물체를 더 빨리 옮겼고, 마른 물체에서는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실험 결과는 젖은 물체를 다루는 데 도움이 될 가능성을 보여줬어요.
그렇다고 이 기능이 확정된 건 아닙니다. 2014년 연구에서는 주름이 젖은 물체를 다루는 속도나 촉각을 높인다는 결과를 재현하지 못했습니다. 반면 2021년 연구는 주름진 손가락으로 젖은 물체를 잡을 때 필요한 힘이 줄어드는 결과를 보고했어요. 연구마다 과제와 측정 방식이 달라 결과가 엇갈립니다. 2014년 연구와 2021년 연구를 함께 보면 답을 단정하기 어렵다는 점도 알 수 있죠.
결국, 피부가 물을 먹어서만 생기는 건 아니에요
물에 오래 담근 손가락이 쭈글쭈글해지는 데에는 자율신경계와 손끝 혈관의 수축이 관여합니다. 젖은 물건을 잡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설명도 흥미롭지만, 모든 연구가 같은 결론을 내린 것은 아니에요. 다음에 욕조에서 주름진 손끝을 보게 되면, 피부가 불어났다고만 생각하기보다 몸이 물에 반응한 흔적이라고 떠올려 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