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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가 폭락하면 사라진 돈은 어디로 갈까?

시장에서 수조 원이 ‘증발했다’는 뉴스를 보면 누군가 그 돈을 가져갔을 것 같죠. 현금과 주식의 가격표를 나눠서 보면 생각보다 다른 이야기가 보입니다.

주가가 폭락하면 사라진 돈은 어디로 갈까?

“주식시장에서 수조 원이 증발했다.” 이런 표현을 보면 돈다발이 어디론가 사라진 장면이 떠오릅니다. 누군가는 그만큼 챙긴 걸까요? 아니면 정말 세상에 있던 돈이 없어졌을까요? 이 질문은 주식 계좌에 표시되는 숫자가 무엇인지부터 살펴보면 훨씬 덜 미스터리해집니다.

계좌의 숫자는 현금 창고가 아니에요

주식 100주를 가지고 있다고 해볼게요. 한 주가 10달러에 거래되면 평가액은 1,000달러입니다. 그런데 다음 날 가격이 5달러가 되면 같은 100주의 평가액이 500달러로 줄죠. 주식 수는 그대로인데, 시장이 매기는 가격표가 바뀐 겁니다. 여기의 숫자는 설명을 위한 가정입니다.

그렇다고 어딘가에 맡겨둔 내 현금 500달러가 다른 통장으로 이동했다는 뜻은 아니에요. 내가 가진 것은 현금 1,000달러가 아니라 주식 100주였고, 그 주식을 현재 가격으로 계산한 값이 달라진 거죠. 집값이 내려가도 집 안 금고에서 돈이 빠져나간 것은 아닌 것과 비슷합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시가총액 설명도 주가에 발행 주식 수를 곱해 회사의 시장 가치를 계산한다고 안내합니다. 모든 주주가 동시에 주식을 팔아 그 액수의 현금을 받은 뒤 합산한 숫자는 아닙니다.

몇 주의 거래가 큰 숫자를 바꿀 수 있어요

앞의 가상 회사에 발행 주식이 딱 100주 있다고 해볼까요. 가격이 10달러일 때 시가총액은 1,000달러, 5달러일 때는 500달러입니다. 하지만 가격이 내려가는 동안 100주가 전부 거래돼야 하는 것은 아니에요. 일부 거래에서 형성된 시장 가격이 남아 있는 주식들의 평가에도 쓰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시가총액 500달러가 사라졌다”와 “현금 500달러가 거래됐다”는 서로 다른 말입니다. 큰 하락 뉴스 속 ‘증발한 돈’은 보통 이렇게 줄어든 시장 가치나 평가액을 가리켜요. 실제 거래대금과 같은 숫자로 읽으면 이야기가 꼬입니다.

그럼 처음 주식을 살 때 낸 돈은 어디로 갔을까?

이건 가격 하락과 구분해서 생각해야 합니다. 거래소에서 이미 발행된 주식을 다른 투자자에게 샀다면, 매수 대금은 거래 비용 등을 제외하고 그 주식을 판 쪽으로 갑니다. SEC가 설명하는 유통시장은 기존에 발행된 증권이 거래되는 시장이에요. 회사가 새 주식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는 경우와는 다르죠.

그러니 어제 내가 지불한 매수 대금의 행방과 오늘 내 주식 평가액의 감소를 한 줄로 연결하면 안 됩니다. 앞의 돈은 이미 거래 때 이동했고, 뒤의 숫자는 지금 보유한 자산에 붙는 가격이 바뀐 결과입니다. 회사 주가가 떨어졌다는 이유만으로 회사 은행 계좌의 현금도 똑같이 줄지는 않아요.

실제로 거래된 돈과 줄어든 평가액을 나눠볼게요

다음은 계산을 위한 별도의 가상 사례예요. 발행 주식 1,000주인 회사의 주가가 1만 원에서 8,000원으로 내려갔다고 해볼게요. 주식 수는 바뀌지 않고, 수수료와 세금은 제외합니다.

계산 대상계산 결과
하락 전 시가총액1,000주 × 1만 원 = 1,000만 원
하락 후 시가총액1,000주 × 8,000원 = 800만 원
줄어든 시장 가치200만 원
8,000원에 10주 거래 시 거래대금8만 원

줄어든 시가총액 200만 원과 이 거래에서 오간 8만 원은 서로 다른 숫자예요. 10주를 산 사람의 돈은 판 사람에게 가지만, 시장 가치 감소분 200만 원이 그 판매자의 통장에 들어가는 것은 아닙니다.

내가 1만 원에 산 10주를 계속 보유했다면 평가손실은 2만 원이고, 8,000원에 팔았다면 매도대금은 8만 원이에요. 매도대금 전체가 이익도, 평가손실과 별도로 생긴 손실도 아닙니다. 실제 대량 매도에서는 가격이 더 움직일 수 있어 시가총액만큼 현금화된다고 보장할 수도 없어요.

‘숫자만 줄었다’고 가볍게 볼 일도 아닙니다

평가 손실이 아직 매도로 확정되지 않았다는 말은, 그 손실이 아무 의미 없다는 뜻이 아닙니다. 지금 팔면 받을 수 있는 금액이 줄었고, 담보나 재산 계획에도 영향을 줄 수 있죠. SEC의 주식 투자 위험 안내처럼 주가는 내려갈 수 있으며, 매수 가격보다 낮게 팔면 손실이 발생합니다.

반대로 누군가의 평가액이 줄었다고 반드시 다른 누군가가 같은 금액을 벌었다고 단정할 수도 없어요. 주식 보유자 모두가 낮아진 가격으로 평가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공매도로 이익을 낸 사람이 있을 수는 있지만, 시장 전체의 가치 감소를 모두 그 사람들의 수입이라고 계산하는 것은 다른 이야기죠.

결론은 이렇습니다. 주가 폭락 때 ‘사라진 돈’은 대개 현금다발의 이동이 아니라, 주식에 붙은 시장 가치의 감소입니다. 돈의 행방을 묻기 전에 현금, 거래대금, 평가액 중 어떤 숫자인지 구분하면 뉴스가 훨씬 명확하게 보입니다.

Sourc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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